[박근종 칼럼] 민생 지원 추경 앞두고 물가 상승 복병 출현, 정교한 물가 관리 필요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7-04 13:4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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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제 갓 출범 한 달을 맞은 이재명 정부가 침체한 경기 부양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졸지(猝地)에 ‘치솟는 물가’라는 복병이 출현했다.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중동 사태로 유가까지 상승 전환하면서 올해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만 에 또다시 2%대로 반등했다. 올해 들어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서민 생활과 밀접한 먹거리 가격이 물가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지난 7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16.31(2020년=100)로 지난해 동월 대비 2.2% 올랐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2%, 2월 2.0%, 3월 2.1%, 4월 2.1%, 5월 1.9%다. 5월 1%대로 안정세를 보이는 듯하다 다시 2%대로 올라섰다.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는데, 특히 라면·계란·커피·빵·고등어 등 생활 밀접 품목 가격이 크게 올라 서민 체감물가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의 물가 대응 역량도 시험대에 올랐다.

거시적 측면에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2.2%의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닐 뿐 아니라 아직은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러함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것은 대규모 재정 투입과 금리 인하가 예고된 데다 조만간 민생지원금을 포함한 30조 5,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 집행이 시작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적극적인 선제 대응에 나서겠지만 1%대 성장률 사수와 함께 생활물가 안정이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 주요 현안 과제로 급부상하는 모습이다. 이르면 7월부터 13조 2,000억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풀린다. 특히 하나은행이 중동 사태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해 총 11조 3,000억 원 규모의 ‘긴급 금융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민생지원금의 물가 자극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재정 투입은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한국재정학회가 지난 6월 22일 발표한 ‘재정 건전성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하의 논문에 따르면 “정부 부채가 1% 늘어나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최대 0.15% 상승할 수 있다. 재정 흑자일 때 부채 확대는 일시적인 물가 상승에 그쳤지만 재정 적자 상태에서는 더 크고 장기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핵심은 정부 재정 건전성 악화는 즉각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을 유발할 수도 있으나, 미래에 물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를 형성시켜 ‘기대인플레이션(Expected inflation)’을 증대시켜서 인플레이션(Inflation)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물가 불안 요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수도권 집값 급등 등 금융안정 리스크(Risk)를 면밀히 주시하겠다”라면서도 “당분간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하겠다”라고 밝혔다. 폭염 등 기상이변, 국제 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도 물가 안정을 장담할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특히 현금성 지원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재원의 대부분이 국채 발행 등 나랏빚에 의존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했던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더구나 민생 회복을 위한 지원금을 마련해 적기에 투입하여 국민의 한숨을 덜어주려는 새 정부의 발 빠른 경제살리기 행보에 박수를 보내며 쌍수를 들어서 대환영하지만, 경기를 살리겠다며 국민에게 나눠준 지원금은 물가 상승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물가가 오르면 생활비 부담이 늘어, 지원금 효과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물가 안정과 경기 부양 사이의 균형이 절실한 이유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 2차 비상경제대응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추경 편성 방안과 향후 추진 계획 등을 논의했다.
취임 후 첫 행정 명령으로 TF 구성 지시를 내리고 첫 회의를 가진 지 나흘 만에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물가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모든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7월 2일 물가관계 차관회의 참석자들도 “추경안 국회 통과 즉시 물가 안정 관련 사업을 신속히 집행하겠다”라고 입을 모았다. 추가경정예산이 물가 안정 기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섬세한 설계와 집행이 필요하다. 재정 당국과 통화당국이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시장에 엇갈린 신호를 보내는 일은 결코 없어야만 한다. 물가 관리는 최고의 민생대책이기 때문이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실제 소비로 이어져 내수 진작 효과를 내려면 정부의 정교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5월 코로나19 1차 재난지원금의 신규 소비 유발 효과는 26.2~36.1% 수준이었다. 이는 정부 기대에 못 미친 수치다.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신규 소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업종 제한, 지급 방식, 홍보 전략 등 세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경기 부양과 물가 관리, 재정 건전성 확보 등의 세 가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느 때보다도 정부의 ‘컨트롤타워(Control tower)’와 정책 조율 기능이 중요하다. 정부는 기업들이 소비자에게 물가 부담을 전가하는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도 철저히 감독하고, 농산품을 비롯한 정부 가용 물량을 풀어 수급 안정에 노력해야만 한다.

정부는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는 등 필수 소비재의 고비용 체계를 바로잡는 데 집중해야만 한다. 배추와 달걀, 수산물 등 계절·수입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은 선제적 물량 조절과 유통 안정화를 통해 가격 급등을 억제해야 한다. 민생 안정은 ‘민생회복 소비쿠폰’ 같은 생색내기식 복지정책 이전에 라면값 같은 기본적인 생계비 안정에서 시작된다. 정부의 정교한 물가 관리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서민들의 생활은 팍팍하기 짝이 없다. 체감물가와 관련 있는 민감한 품목은 따로 특별관리할 필요가 있다. 매점매석(買占賣惜) 등 불공정 행위는 발본색원(拔本塞源)해야 한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에 들어간다. 휴가지에서의 바가지요금은 물가 상승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모처럼의 휴가마저 망치게 하기도 한다. 새 정부는 국정의 최우선 목표로 민생안정을 제시한 만큼, 이와 같은 변수들에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차분히 선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만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은 오늘날처럼 경제적으로 불안할 때마다 다시 떠오르는 특성을 지니고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만 할 것이다. 지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가 아닐지라도 ‘만약’이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여 거안사위(居安思危)와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 그리고 유비무환(有備無患)과 상두주무(桑土綢繆)의 혜안으로 보다 적극적인 선제 대응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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