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중견기업 진입률 평균 0.04%, 규제 풀어 무너진 성장 사다리 복원을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9-12 13:5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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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기업 성장 단계마다 겹겹이 쌓인 규제가 한국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충격적 진단이 나왔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지난 9월 4일 한국 경제 성장 둔화의 근본 원인으로 ‘기업 사이즈별 규제’를 지목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업 성장포럼 출범식’ 기조연설에서 “성장을 할 인센티브는 별로 없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한 환경이 됐다.”라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규제를 풀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기업을 키우면 혜택은 사라지고, 오히려 더 많은 규제가 돌아오니 성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에프앤가이드((FnGuide)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2020∼2023년)간 ‘중소기업’의 ‘중견기업’ 진입률은 평균 0.04%, ‘중견기업’의 대기업 진입률은 1.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중소기업’ 1만 곳 당 겨우 네 곳만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고, ‘중견기업’ 100곳 당 한두 개만 대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뜻이다. ‘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기업의 성장 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한국경제의 민낯과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형 갈라파고스(Galapagos) 규제인 ‘기업집단지정제도’를 개선하고, 규제 방식도 포괄적 사전 금지에서 벗어나 선(先) 허용·후(後) 규제 체제로 조속히 전환 시켜야 함은 물론 기업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제도와 시장환경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30년간 정권 교체 때마다 잠재성장률이 1%포인트씩 하락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엔진 꺼진 비행기’와 마찬가지라는 게 기업인들 사이에 일반화된 진단이다. 지금은 운 좋게 순풍의 바람을 타고 순항하며 잘 날아가고 있지만 언제든지 추락할 수 있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풍전등화(風前燈火)로 일촉즉발(一觸卽發) 누란지위(累卵之危)의 위기 상황에 봉착(逢着)하리라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한국 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 국면에 고착(固着)하고 있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중소기업이라는 뿌리와 중견기업이라는 허리가 동시에 무너지고 있는 데다 대기업 과잉 규제라는 얽히고설킨 산업 정책 때문이다.

작금의 경제계의 일치된 문제의식은 “법제 전반에 뿌리내린 계단식 성장억제형 규제와 경제형벌 규정으로 인해 성장 유인이라 할 기업가정신이 잦아들고 무너질 수밖에 없다”라며 ‘기업 성장 사다리 복원’을 서둘러라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정곡(正鵠)을 찌르는 일침(一鍼)이다. 꺼져가는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에 다시 불을 붙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보호 일변도의 중소기업 정책’과 ‘사각지대에 방치한 중견기업 정책’ 그리고 ‘과잉 규제 중심의 대기업 정책’ 등 산업 정책 전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직원 등이 늘어나는 성장기업에 규모와 관계없이 더 많은 ‘인센티브(Incentiv │ 장려성 수혜)’를 주고 그에 걸맞게 ‘리워드(Reward │ 보상)’를 주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만 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8월 29일 발표한 ‘2023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소기업 수는 829만 9,000개로 전년 대비 25만 6,000개(3.2%↑) 증가하여, 전체 기업 중 중소기업이 99.9%를 차지하고 있고, 중소기업 종사자는 1,911만 8,000명으로 전년 대비 16만 1,000명 증가(0.9%↑), 비중은 80.4%로 전년 대비 0.6%포인트 감소하였으며, 중소기업 매출액은 3,301조 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조 8,000억 원 감소(0.2%↓), 비중은 44.9%로 전년 대비 0.7%포인트 증가하였다.

한편 한국경제(2025. 8. 6. 자) 기사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3,001개에 달하지만, 그 반대로 중견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뒷걸음 한 경우도 5,704개로 무려 2,703개(90%↑)나 더 많다. 도약보다 추락하는 기업이 1.9배 이상으로 많은 비정상적인 기업 생태계가 아닐 수 없다. 한 해 7~8개이던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올라선 기업도 최근 2년 연속 2개에 그쳤다. 작금의 한국경제와 산업 현장은 성장하는 기업에 모래주머니를 잔뜩 채우는 이상한 제도로 넘쳐나고 있다. 김영주 부산대 교수 연구팀이 경제 관련 12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를 보면 343개의 기업별 차등 규제가 암초처럼 도사리고 있다. 중소기업을 벗어나 자산 5,000억 원 이상의 중견기업이 되면 94개의 새로운 규제를 감수해야 한다. 자산을 4배인 2조 원으로 키우면 128개의 규제를 적용받는다.

최 회장은 “「상법」에 규정되어 있는 ‘2조 원 허들’ 탓에 자산 1조 9,000억 원이 된 회사는 절대로 더 늘리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자산 2조 원을 넘으면 사외이사 구성, 감사위원회 설치 및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ESG 공시 의무 등의 규제를 새로 적용받기 때문이다. 이런 계단식 규제는 상법(34개 조항)을 비롯해 자본시장법(9개), 외부감사법(14개), 공정거래법(78개), 금융지주회사법(62개), 중견기업법(13개), 유통산업발전법(27개), 상생협력법(19개), 산업안전보건법(15개) 등 모두 12개나 되는 법률에 들어 있다. 여기에 6,000여 개의 경제형벌 조항까지 더해지면서 기업 활동 위축 구조는 더욱 굳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산 가치를 대기업으로 간주하는 5조 원, 즉 2.5배로 키우면 규제는 약 2.6배인 329개로 불어난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우리처럼 상장회사를 규모별로 세분화해 지배구조·재무구조 등에 관한 차등적 규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을 졸업하는 순간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규제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원과 규제가 기업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적용되다 보니 매출 쪼개기 같은 편법이나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이 만연하게 된다. 중소기업이 더 성장할 때 발생하는 추가 규제 부담 때문에, 성장을 미루는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나게 하려면 대기업 등의 과도한 규제로 작용하는 ‘모래주머니’들을 서둘러 제거해줘야만 한다.

이러한 최악 상황의 이면에는 우리 경제의 뿌리인 중소기업이 허리인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중하위권 대기업이 제2의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성장 사다리’가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1987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Robert Solow)가 내놓은 성장회계학이 주장하듯 경제 성장을 결정하는 자본, 노동, 생산성이라는 3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견인하는 기업이 의도적으로 성장을 꺼리는 ‘피터팬 증후군’에 갇혀 버렸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으로,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진입하면 세제 등 수많은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다. 간단한 예를 들면 중소기업은 일반 연구·개발(R&D)에 대해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받지만, 중견기업이 되면 8%, 대기업은 0~2%로 크게 줄어든다.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국은 R&D 조세 지원율이 기업 규모별로 차등이 아예 없거나, 만약에 있다고 해도 차이가 우리나라처럼 크지 않다.

무엇보다 성장하는 기업들이 인센티브를 받기는커녕 성장 단계마다 겹겹의 규제가 쌓이는 이중삼중의 규제에 휘말리는 환경에선 혁신 기업들이 ‘대기업’으로 꽃피우기 힘들 뿐만 아니라 이를 피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덩치를 키우는 것을 꺼리는 실정이다 보니 제대로 된 성장 사다리는 요원할 뿐이다. 미국 10대 기업이 2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 하나만 남고 9개가 엔비디아·애플·아마존 등으로 교체되는 동안 한국 10대 기업은 단 2개만 바뀐 것도 이런 영향이 크다. 최태원 회장은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데 어떤 기업인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겠느냐?”며 “대한민국의 성장이 정체되고 민간 활력이 떨어지는 근본 이유”라고 목청을 높였다.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 경제의 탈출구를 찾으려면 기업 성장을 벌하는 역차별 규제를 서둘러 수술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기업이 성장하면 상(賞) 대신 벌(罰)’을 받는 구조부터 바꾸는 게 급선무다. 중소기업 관련 예산은 35조 원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쟁력은 되레 뒷걸음질 치고 있다. 적지 않은 예산이 ‘좀비기업’에도 뿌려지며 낭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수는 적지만 매출, 고용 등 비중이 17%나 되는 중견기업 예산은 지난해 1,000억 원에도 못 미쳤다. 정책자금 지원에서는 소외되고 대기업처럼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어려운 중견기업은 가장 높은 대출금리로 자금을 조달해야만 한다. 다행히 정부가 기업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를 전면 재검토한다고 한다. 경제단체들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뒷받침하기로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계 무역 질서가 자국 우선 보호무역주의로 변화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물론 대기업도 비상 상황에 걸려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여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각고의 노력으로 빠르게 성장한 기업을 역차별하는 지원 정책 역시 서둘러 손봐야만 한다.

더군다나 규제가 두려워 작은 기업에 머물기 위해 매출액이 상한을 넘지 않도록 축소 관리하고, 회사를 쪼개려는 노력은 결단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 할 수 없다. 성장이 두렵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줘야만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경제 전체가 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다. 기업 규모별 차등 규제를 합리적으로 손질해 기업이 성장 단계에 맞도록 도전할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야 한다. 규제의 덫을 치우는 것은 기업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성장의 사다리를 복원하는 일임을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차제에 규제 제도 자체를 법에 명시한 것만 빼고 전부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하는 것도 서둘러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옥석을 가리지 않는 보호 일변도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중견기업, 대기업 과잉 규제라는 얽히고설킨 기업의 성장 실타래를 풀고 무너진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서둘러 다시 세워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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