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포천시의 자성 없는 도시브랜드 개발 재추진, “백약이 무효”

송민수 / 기사승인 : 2023-10-17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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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의회 김현규 의원

도시브랜드는 도시의 얼굴이자, 도시를 방문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각인되는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다. 직관적이고 명료한 이미지에 도시의 정체성, 역사성과 함께 미래 비전까지 담아내고 있다. 잘 만든 도시브랜드 하나로 지역의 이미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유·무형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우리가 도시브랜드 제작에 무엇보다 신중하고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다.

포천시는 민선 8기 출범과 시 승격 20주년을 맞아 도시브랜드 변경을 추진했다. 2020년 도시브랜드를 변경한 지 겨우 3년 만의 일로, 끝내 의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좌절됐다. 포천은 오간데 없고 특정 기업 제품부터 연상시키는 디자인, 지역의 상징성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점이 부결의 주된 원인이다.

집행부가 추진한 도시브랜드 개발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쌈짓돈이라 불리는 풀(POOL) 예산으로 의회 사전심의를 피해가더니, 용역과정에서 나온 여러 의견들은 제대로 반영되지도 않았다. 시민을 대상으로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했다지만, 샘플로 제시한 몇 개의 상징물은 마치 틀린 그림 찾기를 하듯 너무도 비슷하게 생겼다. 시민 입장에서 사실상 선택지가 없는 기만적인 조사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집행부가 만든 도시브랜드는 의회 심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제대로 된 도시브랜드를 만들겠다는 백영현 시장의 장담과는 달리, 포천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온전히 드러내기에 역부족이었다. 집행부의 부실한 도시브랜드 제작으로 애먼 시민 혈세 2천만 원만 낭비했다. 그래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다.

도시브랜드 부결 이후 집행부가 보여준 행태는 실망을 넘어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지역 언론사 인터뷰에서 의원이 감정적으로 부결시켰다며 때아닌 남 탓을 하더니, 급기야 전임 시장이 만든 도시브랜드까지 거론하며 당시에는 왜 아무 말 못했는지 모르겠다는 망언도 서슴지 않는다. 실로 적반하장(賊反荷杖)이 따로 없다.

지속가능한 도시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회의 요구에 자성은커녕 정당한 의정활동을 폄하하는데 몰두하는 집행부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 오로지 남 탓과 감정싸움으로 일관하는 집행부의 대응에서 의회에 대한 존중은 일말(一抹)의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의회는 그저 집행부 결정에 따르는 거수기가 되라는 말인가?

이 뿐만이 아니다. 후속 대책을 묻는 질문에 주무부서는 “시장의 결심을 받지 못했다”, 시장은 “간부들이 검토해 보고하면 판단하겠다”고 답변했다. 대외적으로 부결의 책임을 의회에 돌리면서, 내부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이 시장과 주무부서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황당한 모양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얼마 전 집행부는 도시브랜드 재추진 계획을 의회에 설명했다. 부결 이후 한 달 넘게 지나서야 이루어진 늑장 보고였다. 총사업비 1억 1천만 원 규모로, 이번에 부결된 도시브랜드 제작 예산 대비 다섯 배가 넘는다. 충분한 예산과 시간을 확보해 고품질의 브랜드 디자인을 완료할 수 있도록 의회의 협조를 요청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누차 강조하지만, 포천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수억 원의 예산도 결코 아깝지 않다. 그런데 주무부서 확인 결과, 도시브랜드 재추진을 위해 시민공모 1천만 원, 연구용역에 1억 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고도 사전에 사업비 산출 명세도, 구체적인 사업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 아무런 계획도 근거도 없이 일단 사업비부터 반영하고 보자는 심산이다. 이래서야 의회 협조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도시브랜드를 기대조차 할 수 있겠는가? 1억 원이 넘는 사업비가 내 돈이라면 과연 이렇게 쓸 수 있을지 되묻고 싶다.

게다가 도시브랜드 부결 이후 집행부가 보인 행태를 보면, 재추진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노골적인 의회 무시, 도 넘은 비난 그리고 책임 떠넘기기에 대한 통렬한 자기반성과 사과가 없는 한 백약(百藥)이 무효할 뿐이다. 의회의 협조를 구하기에 앞서 시장은 책임 있는 후속 대책 마련과 함께 공개적인 사과부터 선행해야 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 부디 시장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며, 이제부터라도 시민과 의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포천의 위상을 높이고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도시브랜드를 만들기 바란다. 슬로건이 아닌 시정(市政) 현장에서 “소통과 신뢰의 시민중심 포천”을 기대해본다.

 

[포천시 세계타임즈=송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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