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제조업 공동화’ 해결 첨병은 기업, 규제 혁파와 산업 육성책에 속도 낼 때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11-21 14: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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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월 16일 한국과 미국의 ‘조인트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 공동 설명자료)’ 도출과 관련한 후속 논의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삼성·SK·현대차·LG그룹·HD현대·셀트리온·한화 등 7대 기업 총수들과의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첨병은 기업”이라고 말하며 ‘국내 투자 및 고용 확대’를 요청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안보 협상이 끝나고, 양국이 서명한 양해각서(MOU)에 따라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급증해 발생할 수 있는 ‘제조업 공동화’에 적극 대응해 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한·미 통상 협상에 정부와 공동 대응한 기업인들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다.”라면서 “정부는 기업 활동에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미 투자가 강화되면 국내 투자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없도록 마음 써 달라”고 당부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대기업 총수들은 수백조 원 대의 공격적인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바로 화답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관세 협상 타결로 기업들이 크게 안도하고 있다.”라며 “(관세 협상) 결과를 바탕으로 저희 기업들은 후속 작업에도 차질이 없도록 정부와 적극 협조하겠다.”라고 밝히고 앞으로 5년간 국내에 총 450조 원을 투자하고, 6만 명을 신규 채용하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평택 캠퍼스 최첨단 공장도 2028년까지 완공한다. 이 회장은 “R & D를 포함해 국내 시설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며 “삼성은 미래 기술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해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는 수도권 외 지역에 짓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한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저희 SK그룹도 국내 투자와 고용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라고 밝히고, “2028년까지 128조 원 투자를 계획했으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으로도 600조 원 규모 투자가 앞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이번 관세협상을 통해서 현대차그룹은 경쟁력을 보강하면서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며 “이번 합의가 실질적 결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후속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 달라”고 요청하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국내에 총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는 직전 5년(2021~2025년) 국내 투자 89조 1,000억 원보다 36조 1,000억 원 증가한 규모다. 이를 연평균으로 환산하면 25조 400억 원으로, 직전 5년 연평균 투자액 17조 8,000억 원 대비 40% 이상 늘어난 수치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방산 분야의 미국 내 규제 완화가 중요한 과제”라며 “아직 해외에서 미국 함정의 일부 또는 전선의 건조는 미국 법규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하고 이어서 “저희는 기업 차원에서 미국 정부 및 유관기관에 지속적인 설명과 협의를 하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한다.”라고 했다.

LG그룹 구광모 회장은 “앞으로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미래 시장을 이끌 첨단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이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를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는 혁신 생태계를 꾸준히 키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저희 LG도 이를 위한 국내 투자와 협력에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은 “대통령께서 규제 완화를 말해줬는데, 제약 쪽은 규제를 완화하는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춰주는 것”이라며 “(제약 파트 쪽은) 글로벌 스탠더드로 서로 맞춰가는 게 실익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한화그룹 여승주 부회장도 “핵잠 건조라는 성과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라며 “한화는 글로벌 잠수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옥포조선소를 확장 중이며, 미국에서도 ‘필리조선소(Philippine shipyard)’를 인수한 데 이어 추가적인 조선 사업 시설 확장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수요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가 돼 가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11월 17일부터 26일까지 7박 10일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21~23일)과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17~19일)·이집트 공식 방문(19~21일)·튀르키예 국빈 방문(24~25일)의 3국 순방에도 기업인들과 동행해 경제 외교 보폭을 넓힐 예정이라고 한다. 대기업들은 미국 등 세계 각국과의 경제 외교에서 우리 정부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최고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의 돌파구가 된 기업들의 첨단 기술력과 대규모 투자 역량 없이는 대미(對美) 후속 논의는 물론 다른 교역국들과의 경제 협력도 원활히 이뤄지기 어렵다. 무엇보다 부담스러운 대미 투자는 분명 한국의 ‘세계 6위 제조업 강국’ 위상을 위협할 요인이란 점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어렵사리 한·미 관세 협상 타결로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수출품이 일본·유럽연합(EU)과 같은 수준인 15%로 낮아져 부담이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우리 기업들과 정부는 큰 투자 부담을 지게 됐다. 정부 주도 2,000억 달러 투자와는 별도로 기업들은 1,500억 달러의 ‘마스가(MASGA │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미국의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한국의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 기업들은 한·미 양국 정부 간 협상과는 별개로 1,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는 계획을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정부에 밝힌 바 있다. 기업들이 부담할 ‘마스가(MASGA)’ 및 개별 투자액 3,000억 달러는 올해 한국 내 제조업 설비투자 1,000억 달러의 3년 치에 해당하는 큰 금액이다. 시간을 두고 나눠 투자한다고 해도 국내 투자 여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들이 제공해 온 양질의 국내 일자리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성장을 이끄는 주역은 무엇보다도 기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말로는 기업을 추켜세우고 민·관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기업의 요구에 귀를 닫고 경영 부담을 키우는 이율배반적 정책을 되풀이해 온 게 사실이다. 논란 끝에 ‘진짜 사장’인 원청과의 교섭권을 보장하고, ‘손해배상 폭탄’을 막아주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란 봉투법)」과 더 센 「상법」 개정안을 밀어붙인 데 이어서 이제는 법인세율 1%포인트 인상,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 개정안 등 기업을 더 옥죌 소지가 있어 보이는 만큼 속도를 조절하고, 반면 여·야 정쟁에 묻혀 표류하고 있는 산업 경쟁력 회복을 기하기 위한 「반도체 특별법」과 「K스틸법」 등은 서둘러야 입법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는 기업 활동에 장애가 최소화되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정부·여당은 말로만 ‘AI 주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족쇄가 된 악질 규제를 서둘러 철폐하고 재정·세제·인프라 지원으로 뒷받침해야만 한다.

정부가 급할 때마다 기업에 손을 내밀면서도 정작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정책과 입법 요구는 외면한 채 뿌리치고 만다면 기업들의 신뢰를 받기는 참으로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진정한 ‘민·관 원팀’을 이루려면 말로만 기업을 띄울 게 아니라 정책과 입법으로 기업 경영의 걸림돌들을 과감하게 걷어내는 진정성을 보여야만 한다. 당·정은 기업 손발을 묶는 ‘옥죄기 입법’을 자제하고 산업계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규제 혁파와 산업 육성책에 속도를 낼 때만이 ‘팀 코리아’의 글로벌 역량과 경제성장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 R & D 역량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경쟁력을 지키는 데 성공하게 된다면,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한국이 ‘제조업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기업들의 투자·고용 의지를 북돋울 확실하고 실행력 있는 정책적 해법을 제시해야만 한다.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은 “저는 노동과 경영이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상호 보완적이고 상생적인 요소가 언제부터 너무 적대화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도 했다. “노동을 존중하는 경영! 경영을 이해하는 노동!”의 기치로 “노동에 쏟은 정성이 기업의 가치가 된다.”라는 신념을 갖고 차제에 노·사 화합과 상생의 길도 서둘러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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