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종 칼럼] 연준도 경고한 관세 후폭풍, 시장 역풍과 반발 봐가며 대미 협상 더 신중해야

편집국 / 기사승인 : 2025-04-18 14: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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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현,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서울특별시자치구공단이사장협의회 회장·전, 소방준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 연준) ‘제롬 파월(Jerome Powell)’ 의장이 지난 4월 16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행정부의 예상보다 높은 관세로 물가 인상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트럼프발(發) 관세 충격으로 올해 글로벌 무역이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는 등 세계 경제에 트럼프 리스크(Risk)가 본격화하는 양상이 짙다. 미국 경제매체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이코노믹클럽에서 행한 연설에서 “지금까지 (행정부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라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양대 목표(최대 고용·물가 안정)가 (서로) 긴장 상태에 놓이는 도전적인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라고 우려를 밝혔다.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으로 올해 국제 무역 성장률이 3% 이상 내려앉는 등 세계 무역이 재앙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들이 나왔다. 미·중 무역 전쟁의 격화 속에서 세계무역기구(WTO)와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기구들과 미국 연준(Fed) 등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기존 전망치들보다 훨씬 심각한 악영향을 경고하는 등 경기 전망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WTO는 세계 상품 무역량은 올해 0.2%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예상치인 약 3% 성장 전망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특히 북미 지역 수출은 12.6%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거기에 더해 관세로 인한 무역 정책 불확실성(TPU)이 확산되면 성장률은 추가로 0.8% 더 줄어들고, 올해 세계 상품 무역량은 1.5%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TO는 “유예된 상호관세가 시행되면 세계 상품 무역 성장률은 0.6%포인트 추가로 감소해 최빈개도국(LDC)에 특히 큰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트럼프 관세’가 미국 경제에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비판 속에 ‘엔비디아(NVIDIA)’의 인공지능용 칩인 H20의 대(對)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등 미·중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나온 공개 경고여서 더욱 관심을 받는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반세기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라며 “예상보다 훨씬 높은 관세로 고용과 물가 안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위기감을 표시했다. 연준이 증시에 개입하는 ‘연준 풋(Fed put │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거나 금리의 인상을 연기해 시장을 떠받치는 것)’ 가능성까지 부인하면서 나스닥(NASDAQ)은 3.07% 급락했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각각 1.73%, 2.24% 내렸다. 4월 17일 국내 증시도 미·중 무역 갈등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파월 연준(Fed) 의장의 관세 관련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경계심을 키우면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KOSPI)는 전장보다 1.21% 내린 2,447.43에 장을 마쳤는데, 삼성전자[005930](-3.36%), SK하이닉스[000660](-3.65%) 등 반도체주의 낙폭이 컸다. 전날 코스피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엔비디아에 대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소식에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장보다 1.21% 내린 2,447.43에 장을 마쳤는데, 삼성전자(-3.36%), SK하이닉스(-3.65%) 등 반도체주의 낙폭이 컸다.

미국 관세전쟁은 중국의 반격보다 시장의 역풍에 더 휘청대고 있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금리 급등으로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 바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국 증시 급락에 따른 민심 악화다. 미국 고령 은퇴자들은 대개 노후 안정을 연금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7.79%에 이르는 401K의 경우 주식 투자 비중이 47%, 주식 및 채권 혼합형 투자가 28%에 달한다. 관세 충격으로 나스닥지수가 최고치 대비 19% 넘게 급락하고 연금 수익률이 곤두박질치자 공화당 지지층인 고령 은퇴자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또, 관세는 대표적인 소득 역진적 세금이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관세로 내야 한다. 관세 쇼크로 필수 소비재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 불만도 치솟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월 53%에서 3월 50%, 4월 47%로 내려앉았다는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동맹국을 몰아세울 수단으로 주둔 미군 분담금 문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는 “일본은 대미 협상에서 경제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대응했는데, 방위비가 협상 조건이 되면 일본은 미국에 더 양보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것은 일본은 첫 협상은 탐색전 수준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서둘러 성과를 낼 생각에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는 때에 미국이 더 센 요구 조건을 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협상을 빠르게 매듭짓는 건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경솔하게 카드를 내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첫 협상을 바탕으로 앞으로 내놓을 협상 카드를 준비할 방침으로 보인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 경제계는 ‘알래스카 LNG 개발은 투자 효과가 작다’라고 지적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압박을 피하려면 어느 정도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음 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들어가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4월 16일 “미국 재무부는 다음 주 최상목 부총리의 G20 회의 방미 기간 중 베센트 재무장관과 통상현안 관련 회의를 할 것을 제안해왔다”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해 70여 개국과 상호관세 협상에서 “관세를 낮추려면 중국과 거래를 끊으라”라고 압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는 지난해 중국 수출 비중이 19.5%, 미국 수출 비중이 18.7%로 어느 한쪽도 포기할 수 없는 심각한 입장이다. JP모건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끌어내릴 만큼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WTO는 “상호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국경 간 상품 무역은 0.8% 감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주요국의 무역 정책이 미국만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감소 폭은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TO는 “이 같은 규모의 무역 감소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교역 감소”라고 경고했다. ‘무역 전환(Trade Diversion)'은 미국 외 국가 간 신뢰를 저해할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컨대 중국 기업들이 미국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며, 다른 시장을 찾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며 수출처를 다변화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EU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산 물품의 유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한다면, 무역 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한국 경제 타격이 대미 수출보다 대중 수출에서 2배 이상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 수출하는 규모가 줄어드는 직접 피해보다,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를 통한 간접 충격이 한국 경제를 더 강하게 끌어내릴 수 있다”라는 분석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타결해 경제에 미치는 위험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더라도,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는 경우 국내 성장 동력이 꺾이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25년 NABO 경제전망’ 내 ‘미국의 관세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박스에 의하면, 미국의 관세정책이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대미 수출 5.9% 감소, 대중 수출 10.5%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의 10% 보편관세 부과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8.3%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미국의 돌출적인 정책 결정, 교역국들의 보복 가능성 등 불확실성 확대가 미치는 악영향은 감소율을 2.4%포인트 확대할 것으로 추정됐다. 중요한 것은 관세전쟁이 언제 변곡점에 접어들지 모른다. 시장의 역풍과 미국 내부 반발을 지켜보면서 대(對)미국 관세 협상에 더욱 더욱 신중을 기해야만 할 때다. 이제는 속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편, WTO는 상품·서비스 교역 둔화가 전 세계 경제를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도 기존 2.8%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6%에서 2.4%로 각각 낮췄다. WTO‘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사무총장은 WSJ에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로 글로벌 교역 압박이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지속되는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 특히 취약국에 심각한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오콘조-이웰라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 공급망 등 분리)’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간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분열을 초래해 세계가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축소될 수 있으며, 이는 상당히 중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미 관세 협상의 가늠자가 될 미·일 간 첫 관세 협의에서 미·일 양국이 되도록 조기에 합의, 정상이 결과를 발표한다는 데에 의견이 일치했다고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인 ‘아카자와 료세이’경제재생상이 밝혔다.

이번 미일 협상은 내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의 미국 방문에 앞서 한국에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미국이 우리에 대해 관세와 대미(對美) 무역 흑자 등과 더불어 방위비 분담 같은 안보 이슈를 협상테이블에 모두 일거에 올리는 ‘원스톱 쇼핑(패키지 딜)’을 원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협상을 좌고우면(左顧右眄)하며 지연전술(遲延戰術)을 펴기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국 우선주의로 뭉친 트럼프 정부 협상팀 앞에 우리가 지닌 ‘교섭 카드’를 섣불리 노출해 협상 레버리지(Leverage)를 잃거나 설익은 투자 약속을 하는 등의 패착(敗着)만은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우리나라로선 미국의 관세장벽을 최대한 낮추면서 무역 경쟁국보다 앞설 우위를 선점하는 게 최선임을 각별 유념하고 중국이나 EU 등과의 격렬한 관세전쟁 와중에 성과 도출이 시급한 트럼프 정부 입장이라 관세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를 서둘러 도출하는 게 국익이나 이익의 균형에 부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면밀한 이해타산을 선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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